7년 만에 합계출산율 0.9명대 회복하나…역대급 출생아 반등의 이유
올해 상반기 한국의 출생아 수가 통계 작성 이래 상반기 기준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7년 만에 연간 합계출산율이 0.9명대를 회복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인구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1~6월 출생아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만9430명(15.4%) 늘어난 14만5804명으로 집계됐다. 2024년부터 이어진 반등세가 올해 들어 더 뚜렷해진 모습이다. 다만 이 같은 회복이 전 연령대와 전국 모든 지역에 고르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어서, 숫자 이면의 구조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81년 이후 상반기 기준 최대 폭 증가
통계청 인구동향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출생아 수 14만5804명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1년 이후 상반기 기준으로 가장 큰 규모다. 분기별로 보면 1분기 합계출산율은 0.95명으로 1년 전보다 0.12명 올랐고, 2분기에는 0.11명 상승한 0.88명을 기록했다. 특히 6월 한 달 출생아 수는 2만3111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5.6% 늘어 역대 6월 기준 최고 증가율을 나타냈다. 이는 2024년 이후 24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증가세이기도 하다. 2025년 연간 합계출산율은 0.80명으로 2024년(0.75명)보다 0.05명 상승하며 4년 만에 0.8명대를 회복한 바 있는데, 올해는 그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상반기 평균 0.92명을 기록 중이다. 이 흐름이 하반기까지 유지된다면 2019년(0.92명) 이후 7년 만에 연간 합계출산율이 0.9명대로 올라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통계 당국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반등을 이끈 두 축: 혼인 증가와 ‘에코붐 세대’ 효과
이번 반등의 배경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첫째는 혼인 건수의 꾸준한 증가다. 6월 혼인 건수는 2만1075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14.0% 늘어 같은 달 기준으로는 2017년 이후 가장 많았다. 혼인 건수는 2024년 1분기부터 10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결혼과 출산의 연결고리가 여전히 강한 편이어서 혼인 증가가 시차를 두고 출생아 수 증가로 이어지는 경향이 뚜렷하다. 둘째는 인구 구조적 요인이다. 이른바 ‘에코붐 세대’로 불리는 1990년대생들이 출산의 주력 연령대인 30대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면서 모수 자체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미뤄졌던 혼인과 출산 계획이 뒤늦게 실행되는 ‘지연 효과’가 겹치면서 최근 2~3년간의 반등 폭을 키웠다는 해석도 나온다.
여전한 ’20대 절벽’…반등의 무게중심은 30대
다만 이번 반등을 세대별로 뜯어보면 그림이 균일하지 않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30대 여성의 출산율이 반등을 견인하는 동안, 20대 후반(25~29세) 여성의 출산율은 인구 1000명당 21.2명으로 전년보다 0.5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선 수치이지만, 절대적인 수준 자체는 여전히 낮다. 20대에 결혼과 출산을 하는 비중이 구조적으로 줄어든 상태에서 초혼 연령과 첫 출산 연령이 계속 늦춰지고 있다는 점은 이번 반등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20대 절벽’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주거비 부담과 고용 불안정, 경력 단절 우려 등 20대가 결혼과 출산을 미루게 만드는 구조적 요인이 해소되지 않는 한 이번 반등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서울은 증가율 1위, 그러나 출산율은 여전히 최하위권
지역별 편차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올해 상반기 서울의 누적 출생아 수는 2만692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7% 늘어, 출생아 수와 혼인 건수 증가율 모두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2025년 기준 시도별 합계출산율을 보면 서울은 0.63명으로 전국 평균(0.80명)을 크게 밑돌며 전국 최하위였고, 부산(0.74명)과 광주(0.76명)가 뒤를 이었다. 반대로 합계출산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전남(1.09명)이었고, 세종(1.06명), 충북(0.96명), 경북(0.93명), 충남(0.92명) 순이었다. 산모의 평균 출산연령 역시 서울이 34.8세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부산과 세종이 각각 34.0세, 경기가 33.9세로 뒤를 이었다. 대도시일수록 초혼·초산 연령이 늦고 출산율 자체는 낮은 반면, 상대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적고 정주 여건이 안정적인 지방 중소도시나 세종 같은 계획도시에서는 출산율이 높게 유지되는 구조가 이번 통계에서도 재확인된 셈이다.
하반기 전망과 남은 과제
통계 당국은 현재의 증가 추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경우 올해 연간 합계출산율이 0.9명대에 진입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상반기 흐름을 토대로 한 전망치이며, 실제 연간 수치는 하반기 출생·혼인 통계가 모두 집계된 뒤 확정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최근 몇 년간 신혼부부 주거 지원, 육아휴직 확대, 돌봄 서비스 강화 등 다양한 저출생 대응 정책을 확대해 왔고, 이번 반등이 그 효과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20대의 결혼·출산 지표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수도권과 지방 간 출산율 격차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반등의 지속 가능성을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결국 이번 통계는 ‘반등의 신호’이자 동시에 ‘남은 과제’를 함께 보여주는 자료로 받아들여진다.
결론
올해 상반기 출생아 수와 혼인 건수의 동반 증가는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저출생 추세에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7년 만의 0.9명대 합계출산율 회복이 현실화될지는 하반기 통계를 지켜봐야 하지만, 혼인 증가와 인구 구조 변화가 맞물리며 만들어낸 이번 반등은 분명 주목할 만한 신호다. 동시에 20대의 낮은 출산율과 지역 간 격차라는 오래된 숙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앞으로의 인구정책은 이번 반등을 일시적 현상이 아닌 추세로 만들기 위해, 세대별·지역별로 다른 원인 진단과 맞춤형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