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65세 시대, 언제 어떻게 오나…계속고용 논의 총정리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법정 정년을 현재 60세에서 65세로 늘리는 방안이 국회와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테이블에서 동시에 논의되고 있다. 이미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65세로 늦춰진 상황에서, 정년과 연금 개시 사이의 ‘소득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다만 노동계와 경영계, 여야 사이에 구체적인 시행 시점과 방식을 둘러싼 입장차가 커서 최종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 글에서는 현재까지 공개된 로드맵과 쟁점을 정리한다.
왜 지금 정년 연장 논의가 뜨거운가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이미 단계적으로 상향되어 2033년이면 65세부터 연금을 받게 된다. 반면 법정 정년은 여전히 60세에 머물러 있어, 퇴직 이후 연금 수급까지 수년간 소득이 끊기는 ‘소득 크레바스’ 문제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여기에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노동력 부족 우려까지 겹치면서, 고령 인력을 더 오래 활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노사정 모두에서 형성되고 있다. 다만 ‘정년을 그대로 연장할 것인가’, 아니면 ‘정년은 유지하되 재고용·계속고용으로 늘릴 것인가’를 놓고는 입장이 갈린다.
국회와 경사노위, 서로 다른 로드맵
국회에는 정년을 65세로 명시적으로 늘리는 법안이 다수 발의되어 있으며, 이 가운데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안은 2029년부터 61세로 첫 단계를 밟은 뒤 2년마다 1세씩 올려 2037년경 65세 정년을 완성하는 구조다. 반면 경사노위가 제시한 안은 법정 정년 60세는 그대로 두되, 정년 이후에도 근로자가 원하면 65세까지 고용을 의무화하는 ‘계속고용’ 방식이다. 이 안에 따르면 2027년까지 유예기간을 거쳐 2028~2029년 62세, 2030~2031년 63세, 2032년 64세, 2033년 65세까지 단계적으로 고용 의무 연령이 올라간다. 두 방안 모두 ’65세’라는 목표는 같지만 법적 성격과 시행 시점이 달라, 향후 정기국회 논의 과정에서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노동계와 경영계, 입장차는 어디서 갈리나
노동계는 정년을 법으로 명확히 65세까지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이 강하다. 계속고용 방식은 사업주 재량에 따라 재고용 여부나 근로조건이 달라질 수 있어 실질적인 고용 보장이 되지 못한다는 우려에서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2033년까지 정년 65세를 달성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한다. 반면 경영계는 정년을 일률적으로 연장하는 방식에 반대하며, 대신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활용해 기업이 인력 운용의 유연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영계는 특히 임금체계 개편 없이 정년만 늘리면 인건비 부담이 급격히 커지고 청년 채용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임금체계 개편이 핵심 변수인 이유
정년 연장 논의에서 가장 첨예한 쟁점 중 하나는 임금체계 개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영계 단체는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오르는 호봉제 중심의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그대로 둔 채 정년만 늘리면, 이미 높은 임금을 받는 근속 근로자에게는 사실상 정년이 그대로 연장되는 효과만 있을 뿐 청년 신규 채용 여력은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전환하는 작업이 정년 연장과 병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임금체계 개편은 개별 기업의 단체협약과 취업규칙 변경이 걸린 사안이라 노사 합의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어려움도 지적된다.
법원 판례로 본 임금피크제의 한계
정년을 늘리는 대신 일정 연령 이후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이미 여러 기업에서 시행되고 있지만, 최근 법원 판단은 이 제도의 설계에 한계선을 긋고 있다. 정년이 연장됐다는 이유만으로 임금을 급격히 삭감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으며, 임금 삭감 폭이 과도하거나 삭감에 상응하는 업무 조정 등 대상 조치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경우 해당 임금피크제 조항이 무효로 판단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이는 향후 정년 연장이나 계속고용 제도를 설계하는 기업들이 임금 조정과 직무 재배치를 훨씬 정교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공공부문에서 먼저 나타난 변화
정년 연장 논의가 민간 부문에서는 아직 법제화 전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과 달리, 공공부문 일부에서는 이미 단계적 정년 연장이 시작됐다. 정부는 청소·경비 등 공무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출생연도에 따라 정년을 차등 연장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며, 1964년생은 63세, 1965~1968년생은 64세, 1969년생 이후는 65세로 정년을 설정하는 방식이 적용되고 있다. 이는 민간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논의가 확산되기 전, 공공부문에서 제도 운영의 시행착오를 먼저 겪어보는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으로 지켜봐야 할 쟁점
정년특위는 노동계·경영계·정부 간 세부 논의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한 뒤 이르면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본격적인 법안 심사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관건은 법정 정년 연장과 계속고용 의무화 중 어느 방식을 택하느냐, 그리고 임금체계 개편을 어느 수준까지 함께 담아내느냐다. 시행 시점을 둘러싼 노사 간 격차도 여전히 커서, 최종 합의안이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근로자와 기업 모두에게 영향이 큰 사안인 만큼, 국회와 경사노위의 논의 결과를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